해운대신도시점 김효희, 박칠선 사장님




비전 없는 현실


주5회 이상의 야근과 주말근무가 일상인 직장 생활, 항만을 설계하는 전문직이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꼭 준비해야 하는 기술사 자격증, 하지만 일하면서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직장생활 8년차 김효희 사장이 봉착한 현실이었다. 어른들은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마음 편한 직장생활이 최고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직장생활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비전이 있고, 꿈이 있다면 힘든 것쯤이야 얼마든지 견뎌내겠지만 그곳엔 꿈도, 희망도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슈퍼마켓도 운영해보고, 형님을 따라 아파트 건설 관련 업종에서 일도 해보았으나 그 역시도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치킨전문점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아내가 맛집 검색을 하여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알게 되었다.‘치킨과 맥주는 누구나 사랑하는 아이템이지 않은가! 그래, 바로 이거야!’김효희 사장은 있는 돈을 모두 끌어 모아 부산에서 제일 번화한 서면에 17평의 치킨집을 오픈하게 된다. 운이 좋았다. 번화한 서면의 요지에 여성고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치킨집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17평의 작은 가게에서 일매출 100만 원 이상을 올리며 부산지역의 동일 가맹점들 가운데 매출 1위를 고수하며 승승장구했다. 치킨집은 운영도 쉬웠다. 많지 않은 메뉴에 쉬운 조리법, 밑반찬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어 아르바이트생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했다. 매장을 오픈하는 시간이 늦기 때문에 낮 시간엔 아내와 등산도 하고,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는 등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다. 하지만 운도 거기까지였다. 집안에 일이 생기고 3개월여를 매장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치킨집의 유행마저 바뀌고 있었다.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산지역에만 11개가 있던 가맹점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급기야 100만 원 이상이었던 일매출은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고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보리네생고깃간


누구든지 사업을 시작할 때는 두렵다.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는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세세하고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한 사람에게도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돌출하는 사업의 세계에 깊은 고민 없이 뛰어든 경우라면 거듭되는 시행착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첫 치킨집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었을까? 김 사장은 좀 더 큰 매장, 고깃집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결심의 배경에는 친구의 성공이 한몫했다. 학창시절 그리 대단할 것 없던 친구가 졸업 후 고깃집을 해서 큰 성공을 이룬 것이었다.‘내가 저 녀석만 못 하겠나’하는 생각, 고깃집을 하면 친구처럼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별 고민 없이 알아보다가 만나게 된 것이 보리네생고깃간이었다.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해 점포수가 많지 않으면서 평균매출이 높고, 인테리어가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현실은 생각과 너무나 달랐죠. 창업 전 알아보기 위해 들렀던 울산 명촌점엔 손님들이 바글바글했거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피크타임에만 갔었더라구요. 그것도 보리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울산 명촌점을요, 하하하”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해운대신도시점은 오픈행사 때조차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매출을 보였었다.“불안하죠.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어요. 그때의 저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어요.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에 일희일비하면서 마구 흔들렸죠. 그래서 본사에 지원을 요청했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었죠. 그때 본사에서 지원을 나와 주셨던 점장님께 심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불안한 저를 차분하게 안정시켜 주셨죠. 매출을 확 끌어올려주신 것은 아니지만요. 하하하!”



깨달음


추락하는 자신감, 잃어버린 평정심으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난 김 사장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단지 배포 등과 같은 다양한 홍보활동들을 시도했다. 그리고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외부에 하는 광고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우리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들께 최선을 다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입소문을 기대하는 것이 매출증대 최고의 비결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저희 매장엔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 편인데 그분들은 작은 친절에도 대단히 민감하세요. 특히 알아봐 주기를 매우 바라시죠, 사실 우리 매장 매출증대의 일등공신은 제 아내예요. 친절함이 몸에 밴 사람이죠. 어르신들께 싹싹하고, 아이들에겐 한없이 다정해요.”아내를 이야기하는 김 사장의 눈이 반짝인다. 아! 매장을 들어오는 순간 우리와 눈을 맞추며 인사하던, 긴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고 부지런히 매장 안을 치우고 계시던 바로 그분! 김효희 사장의 아내 박칠선 사장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