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점 홍일만사장님




감동으로 맛을 담아내다


‘언 손을 호호 불며 들어간 식당에서 웃는 얼굴의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내어준다.’,‘식당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우산을 주며 다음에 돌려달라고 한다.’,‘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자꾸 울며 보채는 아이, 이때 상냥해 보이는 직원이 아이를 받아 안고 어르고 달래며,“제가 잠깐 놀아줘도 되죠?”하며 찡긋 웃는다.’ ‘감동’은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온다. 거창하거나 호들갑스러운 곳엔‘감동’이 없다. 아주 사소한 곳,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곳에‘감동’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객에게‘감동’을 주는 경영을 꿈꾸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감동은 진심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전달이기 때문이다. ‘보리네생고깃간 군산점’의 홍일만 사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을 타고난 듯하다. 무언가 대단하게 잘 대해준 것도 없는데 오래 만나왔던 사람처럼 편안하고 믿음이 간다. 그의 표정에서,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식당을 경영하는데 달인의 풍모마저 느껴진다. 



외식업이 제일 쉬워보이다


지난 11월 20일,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내려온 군산 시내의 풍경은 평화롭고 소박했다. 지방의 소도시가 주는 고즈넉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세련되고 번화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군산시 수송동이다. 갑작스럽게 뒤바뀐 풍경에 어안이 벙벙할 새도 없이 수송동 중심상권이 시작되는 초입 건물 2층에‘보리네생고깃간’간판이 보인다. 낮선 풍경에 늦가을 추위까지 어깨가 반쯤 움츠러들어 들어간 군산점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기다렸다는 듯 편집위원들을 반기는 직원들의 왁자함에 움츠러들던 어깨가 절로 펴진다.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군산점이 잘 되는 이유 하나를 저절로 알았다. 우리를 진심으로 반기는 저 환영의 분위기! 이 분위기는 우리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불과 일 년여 전만 해도 홍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주류회사의 팀장급 직원이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았다. 퇴직 이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막연히 생각만 할 뿐 무언가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회사가 다른 회사로 매각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퇴진을 해야만 하는 상황. 굳이 남겠다면 회사에서 쫓겨나지야 않겠지만 구차해지긴 싫었다. 구차하게 남아도 퇴직까지는 불과 몇 년, 이참에 하루라도 빨리 다른 일을 알아봐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홍사장은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공장의 폐기물처리, 수질관리 등 환경 관련 업무가 전문이었던 홍사장, 이 전문성을 살려 환경업무에 관한 컨설팅을 하거나 폐기물 처리 업체를 시작하려니 좁은 군산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동종업으로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외식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간 동종 업계에서 쌓아 온 인맥들이 제법 있는데다가 부지런하기만 하면 별다른 전문성 없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외식업이 제일 쉬워보였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는 생각보다 거셌다. 홍사장의 내향적 성격, 무경험, 불경기 등을 이유로 들며 석 달을 버티기가 어려울 거라고 모두가 만류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힌 홍사장은 평소에 본인이 관심있던 횟집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횟집이나 일식집은 한철 장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 년 내내 고르게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일까? 결론은 고깃집. 인터넷으로 고깃집을 검색하다‘보리네생고깃간’을 알게 되었으나 육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처음엔 창업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시 금천F&B 본사를 찾게 되었고, 그 방문은‘보리네생고깃간 군산점’ 탄생의 시작이 되었다. 



고객의 첫 발걸음을 소중히 여기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11월 오픈과 12월 연말특수를 누리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1월 매출이 반 토막 나 있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홍사장은 본능적으로‘어떻게 하면 손님을 오게 할 수 있을까?’에 생각을 집중했다. 오픈 때 남은 전단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본사에 의뢰해 별도의 전단지도 제작해 신문에 넣어 배포하고, 매장이 한가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직접 전단지를 들고 주변의 상가들을 돌기 시작했다. 부동산, 병원, 약국, 옷가게 가릴 것 없이 주변의 매장이란 매장은 빼놓지 않고 일일이 방문했다. 눈은 왜 그렇게 많이 내리던지, 날씨는 또 왜 그렇게 춥던지, 무엇보다 본인의 이런 노력들이 고객유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홍사장은 그때의 경험으로 자신의 매장을 찾아 준 한사람, 한사람의 고객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홍사장은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당부한다.‘우리 매장에 발걸음을 해주신 고객들께 최선을 다하자’고. 놀랍게도 홍사장은 오픈 이후 1년 동안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전 재산을 걸고 창업한 사람이 쉬는 날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을 홍사장은 이해할 수 없다. 매장이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 그 누구도 매장 문이 닫혀 있어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홍사장의 생각이다. 매장에서 원칙으로 정해놓은 것도 처음 온 손님께는 예외다. 일례로 점심메뉴의 경우 원칙적으로 4시까지만 판매하지만 그 이후에 들어온 손님이 점심메뉴를 원하면 기꺼이 제공한다. 4시까지 점심메뉴를 판매한다는 것은 매장의 편의상 결정한 것이지 고객이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점심 메뉴는 4시까지만 하지만 저희 집에 첫 발걸음을 해주셨는데 섭섭하게 해드릴 수 없네요.” 이 한 마디면 족하다. 어떠한 경우라도 처음 온 고객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고기 중량에 관해서도 속으면서 먹는다고 생각을 한다.“오픈 초기에 잘 알고 지내던 지인 한 분이 노골적으로 중량에 대한 의심을 표현하는데 정말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속고 살면 그럴까 싶더라구요.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이런 불신을 믿음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우리 매장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어요.‘의심’에는 답이 없습니다. 꾸준한 시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결국 믿음을 얻는 방법 외에는요. 시간과 비용이 좀 더 들겠지만 고깃집을 경영하는 저의 자존심이고, 고객들의 마음을 잃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성공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나름의 기대치를 가지고 온다. 기대에 못 미치면 불만이 생기지만, 기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서비스를 받으면 감동한다. 편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속성으로 직원들이 편하면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고객들이 편해지면 당연히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홍사장은 이 모든 중심에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소 직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매월 급여 때면 이익이 남은 범위 안에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고객에게나 직원에게 무언가를 제공할 때는 그것을 제공하지 못할 때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런 마음을 숨김없이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 또한 홍사장의 장점이다. 



홍일만 사장의 꿈


11월 24일은 군산점의 첫 돌이다. 1년을 맞이하는 홍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매장이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매장을 찾아준 지인들에게 너무 고맙고, 1년 동안 절대 가게 문을 닫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낸 자신도 대견하고 뿌듯하다. 쉼 없이 달려온 올 한 해, 하지만‘성공’이라는 말은 아직 가당찮다. 잠깐만 방심해도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는 건 한순간임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해에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쉴 계획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목욕을 가는 것으로 아빠에 대한 갈증을 겨우 달래고 있는 아들 녀석과,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큰 딸, 자신의 일만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틈만 나면 매장에 나와 일을 도와야 했던 아내에게 참 많이 미안하다는 홍사장은 새해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에라도 꼭 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한다. 홍사장은 평생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일의 노예가 아니라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돈과 시간의 구애 없이 가족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런 삶이면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담담하게 진행되던 홍사장과의 인터뷰도중 기자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그의‘열정’을,‘열기’를,‘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진심’을 느끼며 격한 감동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호들갑스럽지도, 급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그의 진심에 모든 군산시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들의 마음을 내어줄 것이다.  군산점의 1주년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