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선포식
보리네협동조합 선포식 모습

보리네협동조합은 지분 100%를 보유한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고 가맹점들이 주인이 된 국내 첫 사례다.

2017년 12월 직영점 한 곳과 26곳의 가맹점을 보유한 보리네생고깃간 체인이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했다. 도와서 이롭게하자 (도울보 輔, 이로울 리 利)는 뜻과 같이 실제 가맹점들이 주인이 된 보리네생고깃간은 4천여 개에 이르는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주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더 오래가기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

15명의 조합원과 가맹점 20곳, 16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보리네협동조합은 ㈜다담이 2008년부터 운영해 온 고기구이 전문 프랜차이즈에서 시작됐다. 손재호 대표(현재 조합 이사장, 51세)는 1999년부터 해온 육류유통 사업을 통해 프랜차이즈를 론칭한 후 승승장구했지만 프랜차이즈 매장이 27개에서 멈춘 후 수년 동안 가맹점이 늘어나지 않아 규모화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협동조합을 알고 나서 가맹점들에게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가맹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해야 가맹점이 늘어날 수 있고, 본부도 일정한 로열티를 받아 더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그의 제안에 동감한 가맹점주 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2천만원씩 초기 출자금을 납입하고 조합은 설립됐다. 설립 이후 손 이사장의 수입은 확 줄었지만, 지속가능성을 마련함으로써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가맹점 간 서로 돕는 협동 확산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당시 기존 점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가맹점이 분담하던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설계함으로써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후, 협동조합이 갖는 긍정적인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가져오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가맹점주들이 정보교류부터 재능기부 등 판매 관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매출이 좋은 매장 점주가 매출이 낮은 조합원 매장에 직접 가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으로 매장 경쟁력을 높이기에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통과 전문 인력 확보 필요

협동조합 전환 후 2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의미 있는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정립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승인을 받았지만, 조합이사 2명이 대출 신청서에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손 대표가 중심이 돼 운영해온 기존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한 관성이 있어 이사장과 조합원 간 소통방식과 내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교육 부족 등이 조합 이사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현재 조합은 전문 인력 확보가 간절하다. 협동조합도 이해하면서, 매장운영도 아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가맹점 확대와 함께 더 효과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안정적인 육류 보급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육가공 단계에서 사육환경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조합이 목표로 하는 70개 매장에서 필요한 7천 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고깃집으로서 보리네협동조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선순환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재지원 대구대 LINC+사업단)
김동홍 기자 khw0909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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