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만수점 김이섭 사장님




먼저 사랑하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 그 비결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 이건 비밀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상식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받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탄한다.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일까? 매장이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 또한 같다.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통하기 마련이다. 내가 먼저 사랑하는 것!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 비결을 본능처럼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보리네생고깃간>인천 만수점의 김이섭사장이다. 


그는 참 느긋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이다. 첫인상만으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파악할 수 없는 반전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크고 부리부리한눈, 왠지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울 것만 같은데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이렇게 순수할 수가 없다.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사랑을 쏟을 대상이 있어 행복하고 그 사랑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으니 또 행복하다.



적자만은 보지 말자.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었던 김이섭 사장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도 공공연한 불의들을 참을 수 없었다. 모르면 몰라도 알고도 모르는 척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그의 피가 너무 뜨거웠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학교의 부조리에 맞서던 그는 결국 교직을 벗어던지고 사회로 나왔다. 그 후 몇몇 자영업을 전전하다 마트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근처에 <보리네생고깃간>선학점이 오픈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결과 이건 꼭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깃집의 주메뉴인 고기의 맛이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본사의 마인드가 믿음직했다.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과장되거나 허황된 액션이 없고, 심지어 부족한 부분까지도 다 오픈하는 투명성과 진실함이 좋았다. 2년여를 지켜보다가 드디어 <보리네생고깃간>인천 만수점을 오픈하게 된 김이섭 사장! 하지만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 만수점이 계약하고 시작한 매장은 B급상권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고깃집을 하다가 망해서 1년만에 문을 닫은, 이미지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매장이었던 것이다. 좀 더 마음에 드는 매장을 찾고 싶었지만 자금과 오픈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김이섭 사장은 당장의 매출에 연연해하지 말자고 결심하고 1년 뒤, 2년 뒤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1년의 목표는‘적자만은 보지 말자!’였다. 처음부터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걸릴 터였다. 고객들에게 매장을 알리고 한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방문하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평소 지인들과의 모임이 잦았던 김 사장이지만 꼭 필요한 모임 외에는 단호하게 발길을 끊고 매장에 전념했다.


본사의 가이드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식사의 기본이 되는 쌀을 최대한 좋은 것으로 사용하고 매일 신선한 재료들로 반찬을 만들고 그날 만든 반찬은 그날 모두 소진하도록 했다.자주 오는 고객이 늘 다른 반찬을 맛볼 수 있도록 반찬의 종류를 바꾸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기의 품질은 본사에 맡기고 고기 외의 모든 식자재의 품질은 그가 책임지겠다는 전략이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취하려다 결국 큰 것을 잃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온 김 사장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정직과 신뢰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타협하지 않았다. 한번 방문했던 고객들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고, 쿠폰제를 실시하고 고객들의 쿠폰을 벽면에 부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사실 쿠폰제는 지출이 많고 관리도 힘든 게 사실이예요. 3만 원당 도장 1개를 찍어드리는데, 도장 10개면 4만8천 원짜리 보리돈한마리를 서비스하니까 도장 한 개가 4천8백 원인 셈이거든요. 이렇게 해도 남느냐고 고객들이 오히려 걱정이라니까요! 고객들에게 무언가를 드릴 때는 계산을 하면 안돼요. 계산을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기쁘게 드릴 수가 없어요. 드리는 마음가짐조차도 고객들은 다 알거든요.”



매장이 성장하는 지름길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희망이 보였다. 현상유지에 급급하던 매장이 단골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이 남기 시작한 것이다.“장사를 막 시작한 사람들의 꿈은‘오늘 손님이 올까?’하는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일 거예요. 1년이 지나면서 더 이상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걱정이 사라지니까 제가 고민할 것은 어떻게 하면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 잘할까? 하는 것뿐이었어요.” 김이섭 사장은 직원들의 생일이나 애경사를 철두철미하게 챙긴다. 직원들의 마음을 잡기위한 의도적이고도 형식적인 원칙이 아니라 가족의 생일을 챙기듯 자연스런 관심의 표현이다. 저녁장사를 시작하기 전의 한두 시간을 무조건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하루 종일 안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밖에서 맛 있는 음식이라도 먹을 기회가 생기면 당연히 직원들 것을 따로 챙기고, 아픈 사람은 없는지, 기분은 어떤지 수시로 살피게 되는 것도 그들이 가족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 하나가 이런저런 사정들로 매장을 그만둔 옛 직원들이 저를 찾아줄 때예요. 사람들이 직장을 구할 때 돈을 보고 다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을 보고 다니거든요. 사장과 직원들의 돈독한 관계야말로 매장이 성장하는 지름길 같아요.”





입소문의 위력


어떤 매장이든 강점과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점심매출이 높고 저녁매출이 약한 매장이 있는가 하면 주중매출이 높고 주말매출이 약한 매장도 있다. 점심, 저녁,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고르게 고객에게 환영받는 매장은 의외로 찾기 어렵다. 김이섭 사장이 제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보리네생고깃간> 인천 만수점이야말로 전 시간대에 걸쳐 고르게 매출이 일어난다. 각종 관공서의 직원들, 경찰, 택시기사, 부녀회,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교회의 신도들, 가족단위의 고객 등 만수점의 고객층은 놀랄 만큼 다양하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만수점을‘구전’한다는 것이다.“멀리서 손님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일 중요합니다. 한사람, 한사람 정성으로 대하다 보면 입소문은 저절로 나요. 그들이 우리 매장을 찾았을 때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그들을 대하는 게 제 영업의 전부예요.”2년을 넘어 3년차에 들어선 만수점의 고객수는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의 두 배가 넘는다.



사장의 역할


“프랜차이즈 가맹업소로써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사의 마인드와 가맹점 사장의 마인드 모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는 본사가 믿을만한 곳인지,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과 시스템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지만, 일단 하기로 결정을 한 후에는 본사를 무조건 믿고 따르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본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다보면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매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사장의 마인드인데 성격이 모나거나 까칠한 사람, 지나치게 꼼꼼하고 계산적인 사람은 외식업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가게를 들어가도 그 매장만의 분위기라는 것이있는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결국 사장의 역할이거든요. 매장을 찾는 손님도 2년쯤 지나고 보니 사장과 맞는 사람들이 단골이 되더라고요.”김이섭 사장은 외식업을 하는 사람의 제1덕목을 둥글둥글 원만하고 융통성 있는 성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고 한다. 사업장에 나와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억지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성공이 따라올 리 만무하다.





과정의 행복


김이섭 사장은 정직한 사람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기를 기대한다. 첫 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하거나, 공짜를 바라는 일이 없다. 주어진 여건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기다리고, 결과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그에게 행복이란 기대 이상의 결과가 아닌, 계획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소한 성취감들이다. 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김이섭 사장이지만 이젠 충전의 시간도 가지려고 한다. 사실 처음 해보는 외식업을 이만큼 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공이 크다.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며, 매장 운영의 세세한 것들까지도 아내에게 배우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런 아내와 정기적으로 여행도 하고, 그동안 누적된 피로도 풀고 싶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아내와 같은 동반자가 있어 정말 감사하다. 그의 꿈은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다. 가까운 외곽에 그를 닮은 매장하나를 예쁘게 만들어서 그를 찾는 지인들과 또 고객들과 더불어 즐기며 살고 싶다. 욕심 부리지 않고,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김이섭 사장을 보며 깨닫는다. 크고 원대한 꿈을 가진 이들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박한 꿈이어도 진심이 가득하면 눈이 부시다는 것을. <보리네생고깃간> 만수점은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년 6개월이 그랬듯이 가장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빨리 가는 행보를 김이섭 사장은 계속할 것이고 그런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